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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얻는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할까?
2022. 05. 04


안녕하세요, 게임 원화 디자이너 박천균이라고 합니다. 저를 포함한 원화팀은 스토리에 맞춘 콘셉트, 아트 리소스를 맡고 있어요. 원화 디자이너는 기획 단계부터 제작까지 전체 프로세스에서 다양한 직군의 구성원분들과 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여러 결정 사항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렇게 정신없는 와중에도, 놓치지 않아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캐릭터는 유저의 공감을 어떻게 얻어내야 할까?"

 

캐릭터를 세상에 소개할 때는 그 캐릭터의 페르소나를 고민하게 됩니다. 살아온 배경부터 성격, 취향, 스타일, 말투 등 마치 한 사람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과정과 같죠. 복잡해 보이는 일이지만, 사실 이 모든 일들은 '유저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존재합니다. 결국 캐릭터는 유저와 상호작용했을 때, 생명력을 얻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Zoey의 탄생기를 들려드릴게요! 

<Zoey's Journey>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Zoey. Zoey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저희는 어떤 고민을 했을까요? Zoey를 유저에게 소개하기 위해 어떤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졌을까요? 유저가 열광하고 사랑에 빠질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는걸까요? Zoey의 탄생기를 소개합니다.

 


 

Zoey 이전에 Bradly가 있었어요

Bradly는 Zoey의 초기 콘셉트 모델이었어요. Bradly의 콘셉트는 사뭇 단순했어요. '디즈니풍의 누구나 플레이할 수 있는 스토리와 캐릭터를 만들자!'였거든요. 영화 <UP>을 레퍼런스로 삼고, 오지랖이 넓은 보이스카우트 아이 콘셉트의 캐릭터에 판타지 요소를 섞어, 한마을의 모든 사람이 다 어려진다는 스토리로 제작했어요. 하지만 게임 제작 중반 무렵, 우리는 가장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우리의 타깃 유저는 우리가 만들어낸 캐릭터와 스토리에 공감할 수 있을까?”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건 단순히 게임에 들어가는 캐릭터 리소스를 만드는 것이 아닌, 유저의 감정을 유발할 게임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었어요. 그게 재미있거나, 혹은 슬프더라도 유저의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밀도 있는 아트가 필요했어요. 


Bradly를 의심하기 시작했어요

Bradley는 유저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시장에서 우리 유저가 공감할 수 있는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어요. 먼저 유저의 첫인상에 호감형이지 않았고, 보안관이라는 역할에서 Bradly는 주인공보다 악역에 가까워 보였어요. 스토리에도 문제가 있었어요. Bradely의 캐릭터성과 이야기는 판타지에 가까웠지만, 시장에서 선택받는 스토리 전개는 직관적이고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이야기였거든요. 결국 Bradley는 우리 유저의 감정을 건드리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어요. 

 


 

프로젝트를 멈추고 다시 시작했어요

시장 조사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한 달 동안 수십 개의 타깃 게임을 플레이했습니다. 시장에서 유효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게임들은 무엇이 다른지 분석하고 고민했어요. 예를 들면 이런 부문이었죠.

  • 북미 유저 층에게 인기 있는 미국 드라마 스터디

  • 스토리의 유효성, 캐릭터의 USP 분석

  • 타깃 게임 플레이 경험 공유

 

이후 팀 내 논의 끝에 Zoey라는 캐릭터가 탄생했습니다. 반전이 있는 캐릭터 Zoey의 탄생은 질문에서 시작됐어요. 원화팀에서는 Zoey가 성공했고 가정하고 이런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 Zoey는 왜 성공했을까?

  • 왜 유저는 우리 캐릭터에 열광하고 Zoey와 사랑에 빠졌을까?

  • Zoey에게 반전이 있다면 어떤 이야기일까?

 

질문 끝에, Zoey의 모습이 차츰 구체화됐어요. 평범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 그리고 유저에게 익숙한 환경, 반면에 새롭게 전개되는 반전 있는 스토리를 통해 더욱 높은 몰입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죠.


Zoey는 평범하지만 어려운 일에도 좌절하지 않는 캐릭터예요. 분명 익숙하게 느껴지지만, 쉽사리 찾을 수 없는 성격의 소유자죠.  캐릭터 콘셉트가 정해진 이후, 미국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모티브로 제스처나 말투, 행동 하나하나 Zoey와 주변 등장인물들에게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아냈어요. 거기에 주근깨의 유무, 턱의 각도, 자주 입는 옷과 액세서리, 안경, 눈썹 스타일까지 외형적으로 캐릭터의 성격을 확연히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여기에 더 높은 몰입을 위해 다양한 아트워크가 게임 플레이에 연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Zoey가 좋아하는 튤립을 블록으로 쓰거나, 함께 살고 있는 반려묘 Nacho를 상징하는 기믹 요소들까지 인게임에서 다양한 장치들을 추가해 유저가 볼 수 있는 모든 요소에 스토리와 연계되어 온전히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유저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Zoey’s Journey>

원화팀은 Zoey를 통해 유저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Zoey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성취감을 느끼길 바랐어요. 결국 그 성취감이 게임에 몰입하게 만들고, 재미있다고 느끼도록 만들기 때문이에요. 잘 만들어진 영화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는 것처럼, 우리도 궁극적으로 유저들이 정말 강력하게 몰입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고, 그런 마음으로 게임 제작에 임하고 있습니다!